갑작스러운 청력 손실은 누구에게나 큰 불안감을 줍니다. 특히 아무런 예고 없이 찾아오는 돌발성 난청은 응급 질환으로 분류될 정도로 빠른 진단과 치료가 중요한 질환입니다.
조기에 적극적인 치료를 시행하면 회복 가능성이 높지만, 치료 시점을 놓치면 영구적인 청력 손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돌발성 난청의 주요 원인과 증상, 그리고 임상에서 활용되는 치료법까지 최신 정보를 종합적으로 소개합니다.
돌발성 난청의 원인
돌발성 난청은 하나의 원인으로 단정하기 어렵고,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먼저 의심되는 원인은 바이러스 감염입니다. 헤르페스, 거대세포바이러스, 엡스타인-바 바이러스 등이 달팽이관의 유모세포나 청신경을 손상시켜 청력 손실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바이러스 감염은 면역 기능이 떨어진 시기에 잘 발생하며, 조직학적으로 환자의 약 30%에서 관련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된 바 있습니다.
다음으로 혈관 장애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달팽이관은 매우 가는 미세혈관을 통해 산소와 영양을 공급받는데, 이 혈관에 경련이나 색전증이 생기면 급성 청력 손실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과 같은 기저 질환이 있는 경우 위험도가 더 높아집니다.
그 외에 자가면역 질환, 청신경종양, 기압성 외상, 측두골 골절 등도 돌발성 난청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고음에 노출된 직후나 항공 여행 직후 갑작스러운 증상이 시작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대표 증상과 경과
돌발성 난청의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청력 손실입니다. 대부분 한쪽 귀에서 갑자기 소리가 잘 들리지 않으며, 일상 대화가 어려워질 만큼 심각한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고음역(4000~8000Hz)의 청력이 먼저 저하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환자의 70%는 함께 이명(삐~ 혹은 윙~ 소리)을 경험하며, 이는 소리의 고주파 영역과 관련이 깊습니다. 또한, 40%의 환자에게는 현기증도 동반되는데, 이는 전정신경까지 염증이 번졌을 가능성을 시사하며 예후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증상은 대개 수 시간 이내에 심해지며, 대부분 3일 이내에 청력 손실이 정점에 이릅니다. 의료계에서는 첫 72시간을 치료의 골든타임으로 보고 있으며, 2주 이상이 경과하면 회복 확률이 절반 이상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돌발성 난청의 치료 방법
1. 스테로이드 치료
현재까지 가장 효과적인 표준 치료는 스테로이드 요법입니다. 프레드니솔론을 1일 1mg/kg 용량으로 7일간 복용한 후 2~3주에 걸쳐 감량하며, 이 치료만으로도 회복률이 40~60%에서 75%로 증가할 수 있습니다.
전신 약물 복용이 어려운 경우에는 고실내 스테로이드 주입이 대안이 됩니다. 이는 고막을 통해 직접 약물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국소적으로 약효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2. 고압산소치료
스테로이드 치료와 함께 시행되는 고압산소치료(HBOT)는 최근 회복률을 높이는 보조 요법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환자는 특수 챔버 안에서 고농도의 산소를 흡입하게 되며, 미세혈관 순환을 개선하고 내이 조직의 산소 공급을 증가시킵니다. 특히 증상 발생 후 14일 이내에 시작하면 치료 성공률이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3. 보조 요법
필요에 따라 혈관확장제(예: 프로스타글란딘 E1), 항바이러스제(예: 발락시클로비르) 등을 함께 사용할 수 있으며, 이는 환자의 상태나 병인의 가능성에 따라 주치의가 판단하게 됩니다.
예후와 관리
돌발성 난청의 예후는 첫 치료 시기, 청력 손실의 정도, 이명·현기증 동반 여부에 따라 달라집니다. 청력 손실이 70dB 미만이고 현기증이 없다면 예후가 좋은 편이지만, 고음역 손실과 90dB 이상의 난청, 치료 지연은 회복을 어렵게 만듭니다.
치료 이후에는 1년간 3개월 단위로 청력 검사를 시행하며, 증상이 남아있는 경우에는 이명 재훈련 치료(TRT), 보청기, 인공와우이식 등의 청각 재활 프로그램을 통해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
돌발성 난청은 단순한 귀 질환이 아닙니다. 빠르게 개입하지 않으면 회복이 어려운 시간 의존성 질환이며, 초기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치료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청력에 갑작스러운 변화가 느껴졌다면 ‘일시적인 현상’으로 넘기지 말고 즉시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최선입니다. 스테로이드, 고압산소치료, 보조요법까지 다양한 치료 방법이 준비되어 있으니, 조기 진단만 이루어진다면 회복 가능성은 생각보다 훨씬 높을 수 있습니다.